지금 가진 감정이 관심인지 사랑인지에 대해 헷갈릴 즈음 당신을 마주할 때면 들리는 심장 소리가 생경하기만 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살아있음을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늘 곁에 있는 타인도 그렇다. 익숙하기에 잊기 쉬운 것이다. 잊혀진 나의 존재를 되살리고 싶다면, 함께하는 타인과 관계를 깊게 만들고 싶다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라파엘 로자노헤머: 디시전 포레스트 전시를 경험해보라.
라파엘 로자노헤머: 디시전 포레스트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며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다. 라파엘 로자노헤머는 26년간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 하나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지름 3M의 거대한 3D 원형 조각 을 마주할 수 있다. 은 지난 10년간 태양에 대해 NASA와 작가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아트리움의 은 VR 체험을 통해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의 공간이 ‘강’과 관련된 텍스트의 구조물로 변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전시장의 첫 번째 작품 는 미국 LA의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진행한 공공프로젝트를 실내로 옮겨온 것이다. 관람객들은 거대한 인공 해변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작품을 이루는 소형 모래 박스는 실내에 재현된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은 크기로 투사한다. 투사된 이미지에 손을 대면 카메라는 이를 포착해 영사기로 생중계하며, 해변 위로 투사된다.
은 라파엘 로자노헤머와 크지슈토프 보디치코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얼굴인식 및 형태 감지 알고리즘을 사용해 참여자들의 모습과 전시공간 내에서의 그들의 공간 관계를 기록한다. 벽에 투사된 이미지는 함께 기록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작품 안에서 관람객 서로가 맺은 관계 및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는 목소리를 시각 정보로 변환시켜 빛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관객이 인터컴에 말하는 목소리를 소재로 한다. 관람객이 녹음한 소리에 따라 빛의 패턴이 유동적으로 물결치고 목소리는 점차 낮은 톤으로 변형된다. 앞서 누적된 약 288개의 다른 소리와 새롭게 누적된 목소리가 섞여 새로운 청각적 환경을 연출하며, 빛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공간을 생성한다.
는 참여자들의 지문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들의 심박동수를 감지한다. 이 작품은 관객 10,000명의 데이터를 계단식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220배로 확대 가능한 전자 현미경과 심장 박동 측정기가 내장된 센서에 손가락을 넣으면, 센서를 통해 기록된 지문은 곧바로 화면의 가장 큰 칸에 나타난다. 와 마찬가지로 다른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면, 이전의 기록은 옆으로 옮겨지며 가장 오래된 지문부터 화면에서 사라진다.
은 240개의 투명 백열전구로 구성된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이다. 전시장 한편에 위치한 작품의 인터페이스는 내장된 센서를 통해 관객의 심장 박동을 측정한다. 관객이 인터페이스를 잡으면 컴퓨터는 맥박을 감지하고, 참여자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전구가 맥박의 속도에 따라 깜빡이기 시작한다. 측정된 데이터가 전시장에 방출되는 순간, 모든 전구는 꺼지고 기록된 시퀀스가 한 칸씩 이동하며 빛을 낸다. 동시에 기록된 심장 소리는 공간을 가득 매운다. 이번 전시 제목인 ‘Decision Forest’는 관객의 선택,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 작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괏값을 의미한다. 또한 통제할 수 없는 대중의 본성, 불완전한 지각의 과정, 불확실하고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서 발휘되는 창의성 등 여러 가지 개념의 집합이기도 하다. 전시된 작품은 관람객이 주인이 되어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소통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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